두 개의 떼루아

와인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떼루아 Terroir.

프랑스어로 '땅'을 뜻하지만, 단순히 흙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포도가 뿌리내린 토양, 그 위를 지나는 바람, 계절마다 달라지는 햇살의 각도, 밤과 낮의 온도 차이. 그 모든 것이 포도알 하나에 스며들고, 결국 잔 속의 맛이 됩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자란 곳이 다르면 전혀 다른 와인이 됩니다. 떼루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샹파뉴의 뼈대

프랑스 북동부, 파리에서 동쪽으로 150킬로미터.

샹파뉴 지역의 땅 아래에는 7천만 년 전 바다였던 시절의 흔적이 잠들어 있습니다. 석회질 토양, 그 속에 박힌 조개껍데기 화석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이 태어나는 이 땅은, 아주 오래전에는 바다였습니다. 백악질 석회암은 낮 동안 태양열을 품었다가 밤에 천천히 내어줍니다. 포도나무 뿌리는 이 iteiteite무른 암반 사이로 깊이 파고들어 미네랄을 빨아올립니다. 샴페인 특유의 섬세한 산도와 미네랄 풍미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것이 샹파뉴 떼루아의 뼈대입니다. 수백 년간 이 땅에서 와인을 빚어온 메종들은, 이 뼈대 위에 각자의 스타일을 쌓아올렸습니다.



한국 바다의 살결

뼈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뮤즈드마레는 샹파뉴의 뼈대 위에 한국 바다의 살결을 입힙니다. 우리가 선택한 해역은 수심 20~40미터. 연중 수온 6~12도를 오가는 차가운 물입니다. 이 깊이에서 빛은 거의 닿지 않습니다. 소리도, 계절의 변화도 희미해집니다. 오직 해류만이 느리게 흐르며 병을 어루만집니다.



지상의 셀러와 무엇이 다를까요.

압력. 수심 30미터에서 샴페인 병은 약 4기압의 압력을 받습니다. 이 압력은 병 속 기포의 크기와 밀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더 미세하고, 더 조밀한 기포.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달라집니다.

온도. 동굴 셀러는 연중 12도를 유지합니다. 바다는 계절에 따라 6도에서 12도 사이를 오갑니다. 이 미세한 온도 변화가 숙성의 리듬을 만듭니다. 숨을 쉬듯, 느리게.

움직임. 동굴은 고요합니다. 바다는 해류가 있습니다. 미세하지만 끊임없는 흔들림. 이 움직임이 침전물과 와인의 접촉 방식을 바꾸고, 맛의 결을 다르게 만듭니다.

미네랄. 바다 생물들이 병 표면에 붙어 살기 시작합니다. 따개비, 미세한 조개들. 이것이 직접 맛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병이 바다와 교감했다는 증거로 남습니다. 시간의 흔적으로.



교차하는 시간

프랑스의 떼루아는 포도가 자라는 동안 작용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대략 반 년. 한국 바다의 떼루아는 숙성 기간 동안 작용합니다. 6개월에서 길게는 18개월. 첫 번째 떼루아가 샴페인의 골격을 만든다면, 두 번째 떼루아는 그 위에 깊이를 더합니다. 뼈대 위에 살결을. 윤곽 위에 그림자를. 두 개의 시간이 교차하고, 두 개의 장소가 하나의 병 안에서 만납니다.

7천만 년 전 바다였던 땅에서 태어나, 지금의 바다에서 완성되는 샴페인.

어쩌면 이것은 귀환일지도 모릅니다.

유일한 교집합

세계 어디에도 이런 샴페인은 없습니다.

샹파뉴의 메종들은 수백 년간 완벽한 동굴 숙성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떼루아입니다. 우리가 넘볼 영역이 아닙니다. 우리의 떼루아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프랑스의 석회질 토양과 한국의 차가운 해류. 이 둘이 만나는 교집합은 세상에 단 하나뿐입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방법을 알아도, 같은 바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떼루아는 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쟁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 유일한 교집합이 만들어내는 맛에 집중합니다.

바다의 시간을 기다리며,

뮤즈드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