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다인가

샴페인은 동굴에서 잠듭니다.

샹파뉴의 석회질 지하 셀러, 연중 12도를 유지하는 서늘한 어둠 속에서 수년간 고요히 숙성됩니다. 300년 넘게 이어진 방식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바다를 선택했을까요.



처음부터 바다를 떠올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래전, 한 어촌 마을에서 바라본 풍경이 있습니다. 해녀들이 물 위로 떠오르는 순간, 그들의 손에 들린 것들—전복, 성게, 해삼. 바다가 품고, 기다리고, 마침내 내어준 것들이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바다는 무언가를 더 깊게 만드는 곳이 아닐까.

차가운 수압, 빛이 닿지 않는 고요, 해류가 만드는 미세한 흔들림. 동굴의 정적과는 다른 종류의 시간이 그곳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두 개의 고향

샴페인에는 '떼루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포도가 자란 땅의 토양, 기후, 지형—그 모든 것이 와인의 맛에 스며든다는 믿음입니다. 샹파뉴의 백악질 토양이 빚어내는 미네랄, 서늘한 기후가 선사하는 산도. 그것이 샴페인을 샴페인답게 만듭니다.

우리는 여기에 하나의 질문을 더했습니다.

숙성되는 장소도 떼루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프랑스의 대지가 뼈대를 세웠다면, 한국의 바다가 살을 입힙니다. 수심 30미터, 수온 8도의 고요한 심연에서 샴페인은 동굴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경험합니다. 해류의 느린 흔들림, 바다 생물들이 남기는 미네랄, 빛 없는 어둠 속에서 더 조밀해지는 기포.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이중의 떼루아'입니다.

샹파뉴의 땅에서 태어나, 한국의 바다에서 자란 샴페인.



경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돔 페리뇽이나 크루그와 맛의 우열을 다투지 않습니다.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300년 역사의 메종들이 완성해온 샴페인의 세계는 이미 하나의 완결된 우주입니다. 우리는 그 우주 옆에 작은 행성 하나를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비교할 수 없기에 유일합니다.

따라올 수 없기에 기다릴 수 있습니다.

샹파뉴의 떼루아와 한국 바다의 시간이 빚어낸, 따라올 수 없는 유일한 샴페인.

그것이 뮤즈드마레가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곧 첫 번째 샴페인이 바다로 향합니다.

프랑스에서 긴 여정을 마치고 도착한 병들이 한국의 심연 속으로 잠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다릴 것입니다. 바다가 허락하는 시간만큼.

이 여정을 이곳에서 함께 나누려 합니다.

바다의 일지, 숙성의 기록,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 나올 첫 번째 빈티지까지. 느리지만 깊은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두 개의 떼루아'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프랑스 샹파뉴의 석회질 토양은 어떻게 샴페인의 뼈대가 되는지, 그리고 한국 바다의 무엇이 그 위에 살을 입히는지.

바다의 시간을 기다리며,

뮤즈드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