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바다에 두는 일은 오래된 상상처럼 들립니다. 해저숙성은 병입을 마친 와인을 바다 속 일정한 깊이에 내려 두고 정해진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건져 올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글은 해저숙성이 어디에서 왔고 바다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며 이 방식의 진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리한 기록입니다.

해저숙성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시작은 실험실이 아니라 난파선이었습니다. 2010년, 발트해 올란드 제도 근처의 바다 밑에서 19세기 스쿠너선 한 척이 발견되었습니다. 배 안에는 1840년대 초에 실린 것으로 추정되는 병 168개가 남아 있었고 그중 47병이 뵈브 클리코였습니다. 약 170년을 바다 밑에서 보낸 병들입니다.

프랑스 랭스 대학교 연구진은 인양된 병들의 내용물을 분석해 2015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낮고 일정한 수온, 빛이 들지 않는 어둠, 흔들림이 적은 환경.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바다 밑이 보존에 적합한 조건을 아주 오래 유지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발견 이후 뵈브 클리코는 같은 해역에 병을 다시 내려 두는 장기 실험을 시작했고 세계 곳곳에서 해저숙성을 시도하는 생산자들이 나타났습니다.

바다 밑에서는 무엇이 다를까

바다 속 일정한 깊이의 환경은 몇 가지 조건으로 정리됩니다.

- 일정한 저온. 지상의 계절이 오르내리는 동안, 일정 깊이의 수온은 그보다 좁은 폭 안에서 움직입니다.

- 빛의 차단. 와인의 시간에서 빛은 변수입니다. 바다 밑에는 그 변수가 없습니다.

- 미세한 움직임. 조수가 만드는 아주 작은 흔들림이 병에 전해집니다.

지상의 셀러가 인공으로 만들어 유지하는 조건을, 바다는 스스로 유지합니다. 다만 그 조건은 바다마다, 깊이마다, 계절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어느 바다에 얼마나 두었는지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실제로 어떤 조건이 이어졌는지가 이 방식의 핵심 질문이 됩니다.

바다가 와인을 더 맛있게 만들까

해저숙성을 검색하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가장 오래 답해 온 하우스의 기록과 우리의 기록은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바다는 셀러의 시간과 우열을 겨루는 대신, 셀러의 시간으로는 갈 수 없는 곳으로 와인을 데려갑니다. 더 나은 와인이 아니라 다른 와인. 하나의 와인에서 갈라져 나오는 새로운 갈래입니다.

뵈브 클리코는 같은 날 데고르주망한 같은 와인을 발트해 수심 40m와 랭스의 지하 셀러에 나누어 두고, 몇 년 간격으로 나란히 시음하는 장기 비교 실험을 이어 왔습니다. 해저숙성에 관한 한 가장 엄밀하고 가장 오래된 대조 실험입니다. 2023년 두 번째 비교 시음의 기록은 이렇습니다. 셀러의 병은 더 열려 있었고, 과일이 풍성했으며, 3차 향이 발달해 있었습니다. 바다의 병은 아직 닫혀 있었고, 과일은 팽팽했으며, 젖은 돌과 굴 껍데기와 소금기 같은 과일 바깥의 향이 더해져 있었습니다.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하우스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셀러 마스터 디디에 마리오티의 말은 이랬습니다. "바다의 숙성은 우리에게 다른 무언가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같은 날 태어난 같은 와인이 두 개의 시간을 지나 서로 다른 와인이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엄밀한 이 대조 실험이 보여준 것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 갈라짐의 방향은 바다의 조건을 따라갑니다. 수온 4도의 발트해에서 와인은 닫히고 팽팽해지는 쪽으로 갔습니다. 다른 수온, 다른 깊이의 바다에서는 다른 곡선이 그려집니다.

뮤즈드마레는 남해에서 병을 내리고 올릴 때마다 같은 형식의 시음 기록을 남깁니다. 그 기록이 매번 가리키는 방향이 있습니다. 기포는 더 곱고 조밀해지고, 숙성은 병이 보낸 시간에 비해 앞서 있으며, 산미는 모서리가 둥글어지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바디는 한 뼘 더 차오릅니다.

우리는 이 관찰을 기록이라고 부릅니다. 증명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같은 와인을 바다와 지상에 나누어 두고 블라인드로 대조하는 검증이 다가오는 침지부터 대조군과 함께 진행됩니다. 변화는 매번 관찰되고, 우리는 그 변화를 미리 예측해 적어 두고, 병을 올린 뒤 실제 기록과 대조합니다. 관찰이 기록이 되고, 기록이 증명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그러니 해저숙성은 셀러 숙성의 경쟁자라기보다 와인의 시간에 새로 열린 갈래입니다. 셀러의 와인과 바다의 와인, 두 개의 시간과 두 개의 도착지. 우리가 하는 일은 그 새로운 시간을 기록으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해저숙성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지상 셀러의 시간은 믿음의 영역에 있습니다. "셀러에서 보낸 15년"이라는 문장을 증명하는 것은 하우스의 명예뿐입니다. 반면 바다의 시간은 관측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병을 내린 계절과 자리, 병이 잠긴 수심 30m의 수온이 그린 곡선, 병을 다시 올린 날. 바다 밑의 시간은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해저숙성의 가치는 바다가 무엇을 바꾸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이 어떤 조건 속에서 흘렀는지를 남길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측정은 이 방식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형식입니다.

뮤즈드마레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뮤즈드마레는 한국 남해의 바다에 샴페인을 맡깁니다. 입수와 인양은 계절로 기록합니다. 병이 바다에 있는 동안 수심 30m의 수온을 비롯한 해양 조건을 관측하고 인양된 병에는 바다에서 보낸 시간의 기록이 함께 갑니다. 샴페인은 샹파뉴가 만들었고, 우리가 하는 일은 지켜보고, 기록하고, 그 기록과 함께 병을 건네는 것입니다.

바다를 고른 이유가 있었고, 서두르지 않기로 한 사람들의 시간이 있으며, 그 바다가 보내는 하루치의 숫자가 오늘도 한 줄씩 쌓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