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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해저숙성인가

발트해 난파선에서 시작된 해저숙성의 역사와 과학. 바다가 와인의 시간에 새로 연 갈래와, 그 시간을 증명하는 기록.

PUBLISHED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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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해저숙성인가

와인을 바다에 두는 일은 오래된 상상처럼 들립니다. 해저숙성은 병입을 마친 와인을 바다 속 일정한 깊이에 내려 두고 정해진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건져 올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글은 해저숙성이 어디에서 왔고 바다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며 이 방식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리한 기록입니다.

발트해 난파선 안에 남아 있던 병들.
발트해 난파선 안에 남아 있던 병들PHOTO Tomasz Stachura / Baltictech

해저숙성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시작은 실험실이 아니라 난파선이었습니다. 2010년, 발트해 올란드 제도 근처의 바다 밑에서 19세기 스쿠너선 한 척이 발견되었습니다. 배 안에는 1840년대 초에 실린 것으로 추정되는 병 168개가 남아 있었고 그중 47병이 뵈브 클리코였습니다. 약 170년을 바다 밑에서 보낸 병들입니다.

난파선 주변을 기록하는 잠수사.
난파선 주변을 기록하는 잠수사PHOTO Tomasz Stachura / Baltictech

프랑스 랭스 대학교 연구진은 인양된 병들의 내용물을 분석해 2015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낮고 일정한 수온, 빛이 들지 않는 어둠, 흔들림이 적은 환경.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바다 밑이 보존에 적합한 조건을 아주 오래 유지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발견 이후 뵈브 클리코는 같은 해역에 병을 다시 내려 두는 장기 실험을 시작했고 세계 곳곳에서 해저숙성을 시도하는 생산자들이 나타났습니다.

난파선 안에 남아 있던 병들.
난파선 안에 남아 있던 병들PHOTO Tomasz Stachura / Baltictech

바다 밑에서는 무엇이 다를까

바다 속 일정한 깊이의 환경은 몇 가지 조건으로 정리됩니다.

일정한 저온
지상의 계절이 오르내리는 동안, 일정 깊이의 수온은 그보다 좁은 폭 안에서 움직입니다.
빛의 차단
와인의 시간에서 빛은 변수입니다. 바다 밑에는 그 변수가 없습니다.
미세한 움직임
조수가 만드는 아주 작은 흔들림이 병에 전해집니다.

지상의 셀러가 인공으로 만들어 유지하는 조건을 바다는 스스로 유지합니다. 다만 그 조건은 바다마다, 깊이마다, 계절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어느 바다에 얼마나 두었는지보다, 그 시간 동안 실제로 어떤 조건이 이어졌는지가 이 방식의 핵심 질문이 됩니다.

바다의 병과 셀러의 병을 나란히 놓은 뵈브 클리코의 비교 시음.
바다의 병과 셀러의 병을 나란히 놓은 뵈브 클리코 샴페인PHOTO © Veuve Clicquot

바다는 와인을 어디로 데려갈까

이 질문에 가장 오래 답해 온 하우스의 기록과 우리의 기록은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바다는 셀러의 시간과 우열을 겨루는 대신 셀러의 시간으로는 갈 수 없는 곳으로 와인을 데려갑니다. 하나의 와인에서 갈라져 나오는 새로운 갈래입니다.

뵈브 클리코는 같은 날 데고르주망한 같은 와인을 발트해 수심 40m와 랭스의 지하 셀러에 나누어 두고 몇 년 간격으로 나란히 시음하는 장기 비교 실험을 이어 왔습니다. 2023년 두 번째 비교 시음의 기록에서 셀러의 병은 더 열려 있었고 3차 향이 발달해 있었습니다. 바다의 병은 아직 닫혀 있었고 과일이 팽팽했습니다. 차이는 분명했지만 하우스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바다의 숙성은 우리에게 다른 무언가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디디에 마리오티, 뵈브 클리코 셀러 마스터

같은 날 태어난 같은 와인이 두 개의 시간을 지나 서로 다른 와인이 되었습니다. 그 갈라짐의 방향은 바다의 조건을 따라갑니다. 수온 4도의 발트해에서 와인은 닫히고 팽팽해지는 쪽으로 갔습니다. 다른 수온, 다른 깊이의 바다에서는 다른 곡선이 그려집니다.

뮤즈드마레는 남해에서 병을 내리고 올릴 때마다 같은 형식의 시음 기록을 남깁니다. 기포, 산미, 바디에서 매번 같은 방향의 변화가 관찰됩니다. 아직은 몇 개 로트에서 얻은 관찰입니다. 결론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 관찰을 기록이라고 부릅니다. 증명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올해 바다에 둔 와인에는 같은 와인을 지상에 둔 대조군이 있고 12월 인양 때 두 기록을 나란히 놓고 대조합니다. 변화를 미리 예측해 적어 두고 병을 올린 뒤 실제 기록과 맞춰 봅니다. 관찰이 기록이 되고 기록이 증명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인양 직후, 바로 열어 기록하는 시음.
인양 직후, 바로 열어 기록하는 시음PHOTO Muse de Marée

해저숙성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지상 셀러의 시간은 믿음의 영역에 있습니다. "셀러에서 보낸 15년"이라는 문장을 증명하는 것은 하우스의 명예뿐입니다. 바다의 시간은 관측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병을 내린 계절과 자리, 수심 30m의 수온이 그린 곡선, 병을 다시 올린 때. 바다 밑의 시간은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해저숙성의 가치는 바다가 무엇을 바꾸는가보다, 그 시간이 어떤 조건 속에서 흘렀는지를 남길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측정은 이 방식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형식입니다.

남해 바닷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뮤즈드마레의 샴페인.
남해 바닷속 뮤즈드마레 샴페인PHOTO Muse de Marée

뮤즈드마레는 어떻게 기록할까

뮤즈드마레는 한국 남해의 바다에 샴페인을 맡깁니다. 입수와 인양은 계절로 기록합니다. 병이 바다에 있는 동안 수심 30m의 수온을 비롯한 해양 조건을 관측하고 인양된 병에는 바다에서 보낸 시간의 기록이 함께 갑니다. 샴페인은 샹파뉴가 만들었고, 우리가 하는 일은 지켜보고, 기록하고, 그 기록과 함께 병을 건네는 것입니다.

바다를 고른 이유가 있었고, 서두르지 않기로 한 사람들의 시간이 있으며, 그 바다가 보내는 하루치의 숫자가 오늘도 한 줄씩 쌓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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